중견기업 17% 지난해 적자…55%는 영업이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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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17% 지난해 적자…55%는 영업이익 감소
수정 2024-03-31 19:16 등록 2024-03-31 14:25

500대 상장 중견 기업 가운데 17%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절반가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정보통신(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시이오(CEO)스코어가 3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장 중견기업 489곳의 전체 매출액은 227조5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229조7466억원)에 견줘 1.0%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조4079억원으로 전년(13조1386억원) 대비 13.2% 감소했다. 시이오스코어는 500대 상장 중견 기업 가운데, 지난 26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489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분석했다. 중견기업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곳을 제외하는 등의 기준이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55%(269곳)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17.2%(84곳)로 전년 대비 44.8%(26곳) 증가했다. 씨젠(유전자 분석·진단 기업), 휴스틸(강관 제조 기업), 인탑스(정보통신 제조기업), 후성(화학기업), 원익아이피에스(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등이 지난해 적자 전환한 대표 중견 기업들이다.

업종별로는 전체 13개 업종 가운데 8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정보통신·전기·전자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6802억원으로, 2022년(3조3234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49.4%) 줄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부진 여파가 중견기업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자동차 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1조1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4184억원) 증가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식음료(29.2% 증가)와 건설·건자재(17.8% 증가), 서비스(28.8.% 증가) 업종의 영입이익도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로 항공 업종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매출 1조원 클럽’에 새롭게 편입된 기업 3곳(제주항공·티웨이항공·삼양식품) 가운데 2곳이 항공사였다.

김경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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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OCI, ‘염불보다 잿밥’ 통합…주주들 외면 불렀다
수정 2024-03-31 19:15 등록 2024-03-31 16:44

제약·바이오-태양광 시너지 불투명
지배력 위한 통합, 주주들 외면받아

건설사가 언론사를 인수하면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통상 건설사 최대주주의 개인적 바람이 언론사 사주가 되는 것이었다거나, 언론사를 발판 삼아 건설사 사주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순전히 대주주 개인을 위한 인수·합병(M&A)이라는 얘기다.

최근 시장의 이목이 쏠린 한미약품그룹과 오씨아이(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된 맥락도 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초유의 제약·바이오, 태양광 기업 간 결합을 추진했다가 다른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는 의미다.

3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두 그룹의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 쪽(송영숙·임주현)의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된 건, 개인 투자자 등 소액주주는 물론 주요 친인척들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애초 통합에 반대했던 형제(임종윤·임종훈) 쪽이 확보한 지분의 열세가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던 셈이다.

시장에선 극적 반전의 원인으로 한미·오씨아이그룹 통합의 모호한 ‘명분’을 꼽는다. 서로 다른 업종의 두 그룹을 합쳐 생기는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한 만큼, 결국 모녀 쪽 상속세 문제 해결 등 대주주 개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행동주의 펀드 대표는 “경영권 확보 외에 두 그룹을 통합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구심은 한미그룹과 오씨아이그룹 간 통합이 처음 발표된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키움증권은 앞서 지난 1월15일 펴낸 ‘한미사이언스 인수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오씨아이)과 제약(한미) 사업은 각각 고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종 산업으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단기에 창출될 가능성이 낮다”며 “비전문 경영자의 경영 참여 혹은 공동 경영 체제가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이우현 오씨아이그룹 회장과 한미그룹 모녀 쪽은 오씨아이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구주·신주 매입과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오씨아이홀딩스 지분 취득(10.4%)을 통해 최상위 지배회사인 오씨아이홀딩스를 이 회장과 모녀가 공동 지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오씨아이홀딩스 지분율이 6.55%로 숙부들(이화영·이복영 합산 14.78%)에 견줘 크게 못 미치는 이 회장과 한미그룹 모녀가 서로 우호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염불’(통합 시너지)보다 ‘잿밥’(대주주의 경영권)에 무게를 둔 의사 결정이라는 시장의 의심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그룹 통합 발표 당시인 지난 1월12일 주당 3만8400원에서 2거래일 만에 주당 5만6200원까지 반짝 뛰었다가 3월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을 앞두고 모녀 쪽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내에서도 두 그룹 통합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 여부를 놓고 위원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내 중견그룹을 중심으로 창업주 지분 승계와 지배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구조 개편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족 경영’ 위주인 국내 기업 특성상 대주주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례적이거나 변칙적인 인수·합병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장미 중견기업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중견기업은 업력은 물론 창업자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승계 문제를 고민하는 곳들이 꽤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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