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FTA 저격수' 송기호 변호사 "문재인표 FTA 만들어라"

최고사기꾼 2017-07-08 (토) 23:15 조회 : 1026 추천 : 1

출처: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7081514031&code=920100

'FTA 저격수' 송기호 변호사 "문재인표 FTA 만들어라"
송진식 기자 [email protected]

법률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 저격수’로 불리는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한·미 FTA 협상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부터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전문가다. 송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끈질긴 정보공개 소송 끝에 협정문의 번역 오류나 정부가 공개를 꺼려했지만 국민이 알아야 했던 상세 협정과정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 벌어지는 한·미 FTA 재협상 논란에 대해 단호하게 “협정문을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재협상 논란을 우리의 입장과 비전을 담은 제대로 된 ‘문재인 정부의 FTA’를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그를 최근 서울 가락동으로 이전한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미 FTA를 시작부터 지켜본 입장에서 지난 5년간의 평가를 해달라.

“결론부터 얘기하면 ‘경제민주주의’라는 우리 시대의 흐름과는 영 맞지 않는 옷과 같다는 것이다. FTA는 기본적으로 자본에 더 많은 자유와 이익을 부여하는 협정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경제를 풍요롭게 한다는 취지인데,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면 한·미 FTA로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나 삼성 문제만 봐도 자본과 기업의 자유와 이익이 보통 시민들의 삶을 개선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임금주도 성장 추구,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인권 보장 등을 추진 중인데, 현재의 한·미 FTA 협정문으로는 이런 가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대의 새 경제정책을 뒷받침할 새 FTA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한·미 FTA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치상으로는 지난 5년간을 돌아보면 대미 흑자가 늘었다. 하지만 이는 FTA 효과로 나타났다기보다는 대미 수입이 많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논쟁은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니 우리에겐 잘됐다는 증거’라는 식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런 시각 자체가 한·미 FTA 체결과정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걸 나타낸다. FTA의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을 우리 내부가 아닌 외부(미국)에서 찾겠다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는 애초에 우리가 이 협정을 통해 얻으려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달성했는지, 한·미 FTA로 고용과 소득은 얼마나 늘었는지 등을 놓고 따져야 하지만 최근 나오는 정부 보고서 어딜 봐도 그런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시작부터 미국과의 FTA 타결 자체가 성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었던 탓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미 FTA의 유지에 집착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손쉽게 재협상을 빌미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를 우리가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 가능성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깬 것처럼 한·미 FTA도 얼마든지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는 TPP를 깬 뒤 이면에선 일본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 FTA를 종료하고 새 FTA를 만들자고 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예측하고 우리도 한·미 FTA를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특징은 FTA를 체결할 때 상대국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새 FTA 모델이 나오면 그걸 들고 각 국에 체결을 요구할 것이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까는 것과 같다. 트럼프가 원하는 FTA 모델이 뭔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연말쯤 미국이 북미자유협정(NAFTA)을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그 모델이 공개될텐데, 이 모델을 들고 한국에도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철학을 담을 수 있는 FTA 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길이 있어야 상대방과 부딪쳐도 논쟁과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FTA를 체결하면서 그런 과정을 거쳐본 적이 없다. 그냥 상대방이 협정문을 주면 관료들이 주문 좀 훑어보고 그 중 안되겠는 거는 좀 바꾸고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동안은 미국 모델을 거의 한국 모델로 삼았다. 이제는 새 FTA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기존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한·미 FTA 협정 종료를 전제로 우리만의 모델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야 한다. 달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봐줄 리도 없다.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고, 여당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왜 그간은 우리만의 FTA 모델이 없었다고 보는가.

“미국에 대한 ‘경로 의존성’이 원인이라고 본다. 우리 것을 갖기보다는 강대국인 미국의 주도에 따라가는 게 과거에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았을 것이다. 1960년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에 한국이 들어갈 당시 강대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에 편승해 대외수출 지향적인 경제모델을 삼아 발전해 왔다. 미국이 한국의 경로 의존성을 계속 허용한 건 냉전체제와 맞물린 안보 이슈 때문이었다. 우리의 편승전략과 미국의 냉전 대응방식이 부합했고, 양국 간 이해관계도 크게 부딪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십 년간 유지돼 왔다. 그리고 여전히 한·미 FTA는 한·미동맹의 한 부분처럼 평가되고 있다. 한·미 FTA 과정에서 우리만의 모델이 나오지 못한 이유도 한·미동맹을 통해 형성된 불평등관계가 미친 영향이 크다. 기본적으로 우리 모델을 만드는 일 자체가 한·미동맹의 변화와 맞물려 가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논쟁에서 기여한 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제질서에 편승하는 게 앞으로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줬다는 점이다.”

우리만의 FTA 모델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나.

“재벌체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자는 게 문재인 정부의 목표다. 이런 가치를 FTA 모델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진할 경우 이런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한·미 FTA에서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권 문제만 해도 미국이 한국에 비해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덜 가입해 있다. FTA를 통해 우리의 노동권 기준에 맞추도록 미국이 협약에 더 가입하도록 압박할 필요도 있다.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같은 경우 새 모델에서는 삭제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나 교류 문제도 새 모델에서 다루거나 반드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다.”

새 FTA 모델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가칭 ‘통상인권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게 어떤지 싶다. 과거 한·미 FTA 체결과정에서 너무 많은 혼란과 갈등이 빚어졌다. 소통이 안된 탓이다. FTA 자체가 국민들의 재산권은 물론 환경, 인권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인권위에 통상과 관련된 국가와 시민 간 소통창구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소비자와 시민, 관료, 기업인 등이 만나서 소통하고 논의하는 ‘통상 거버넌스’를 만들자는 얘기다. 이건 유럽도 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만의 모델을 못 만들게 한 편승주의 자체가 관료 중심체제가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 체제를 깨는 게 거버넌스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온 얘기들이 국회와 정부를 통해 현실화된다면 민주주의를 통해 통상문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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