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ELS 판매사, 손실액 20~60% 배상”

https://etoland.co.kr/link.php?n=9065137 복사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1821.html
금감원 “홍콩ELS 판매사, 손실액 20~60% 배상”
수정 2024-03-11 18:25 등록 2024-03-11 18:05

정부, 홍콩 ELS 검사결과 및 투자자 배상안

금융감독원이 수조원대 투자자 손실을 빚은 ‘홍콩 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증권사 등에 투자 손실액의 20~60%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안을 내놓았다. 금융회사들이 수수료 실적을 올리려고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규정을 어기는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11일 이런 내용의 홍콩 이엘에스 검사 결과 및 투자자 배상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두달 동안 케이비(KB)국민은행 등 11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벌였다.

배상안을 보면 이엘에스 투자자들은 손실액의 20~60% 정도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해당 상품 판매 잔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에서 소비자 보호 부실이나 불완전 판매 정황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별 투자자 배상액은 금융사 자체 책임에 따른 공통 배상 비율 23~50%를 기준으로, 여기에 투자자 특성을 고려한 개별 배상 비율을 최대 45%포인트까지 더하거나 빼서 정해진다. 당국은 투자자 책임 혹은 판매자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이 0% 혹은 100%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금융사들의 부실한 소비자 보호 실태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은행 본점은 금융 시장 불안 등으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는데도 판매 목표를 올려잡고, 영업점 창구에선 예·적금에 가입하려는 고령층에게 원금을 몽땅 날릴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판매 은행이 고의로 손실 발생 위험이 ‘0’이라고 축소한 사실도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를 맞는 홍콩 이엘에스 판매 잔액은 모두 18조8천억원, 계좌 수는 총 39만6천개로, 기초자산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에이치지수)가 지난달 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내 5조8천억원 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검사를 통해 (금융 소비자 보호의)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며 “억울하게 손실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분쟁 조정 기준안(배상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종오 이주빈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1789.html
ELS 가입 조건 따라 배상비율 ‘출렁’, 피해자 갈라치기 ‘비판’
수정 2024-03-11 20:57 등록 2024-03-11 16:20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하 홍콩이엘에스) 투자자들은 11일 발표된 분쟁조정기준안을 두고 ‘투자자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가입 조건에 따라 20∼60%, 극단적으로는 0∼100%까지 배상비율이 차이나서다.

2021년 6월 홍콩이엘에스에 3억원을 투자했던 윤아무개(47)씨는 “가입 당시 나이가 만 64살이면 배상비율 5%포인트를 못 받고, 한 살 많은 만 65살이면 배상을 5%포인트 더 받을 수 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8년간 홍콩 이엘에스에 투자한 이아무개(46)씨도 “은행에 안전한 상품을 요구했고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문제없다’, ‘최근 10년간 손실이 난 적 없다’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 불완전 판매를 겪었다면 원금을 배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경험에 따라 배상비율을 기계적으로 정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1년 2월 홍콩이엘에스 6억원을 투자했던 그는 지난달 2억5천만원만 돌려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손실액의 80% 정도를 보장받기 어렵다면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다른 투자자 이씨는 “글자를 잘 못 읽으시는 60대 어머니가 가입한 홍콩이엘에스가 오는 6월에 만기된다. 정확히 몇 퍼센트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홍콩이엘에스 투자자 카페에서도 “배상 비율 계산법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윤씨는 “금감원에서 ‘원금 보장’으로 기준을 잡은 다음에, 은행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추후 은행과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조율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도 물론 있다. 한 투자자는 “투자자들이 조직적으로 민원을 넣고 움직여서 이같은 기준안이라도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손실만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은행은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배상 금액과 고객 수를 예측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 다음 절차다. 여기에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공식 의견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기본배상비율 및 투자자 고려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법률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은행권에서 금감원의 배상안을 따라 배상 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제재를 확정 짓거나 법원 판결 등으로 불완전 판매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은행이 자체 배상할 경우, 주주가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에이치(NH)농협을 제외한 나머지 4대 은행은 외국인 주주 지분이 많다.

홍콩 이엘에스 투자자들은 오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주빈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https://www.hani.co.kr
한겨레 앱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kr.co.hani.news&hl=ko&gl=US
한겨레 앱 (iOS)
https://apps.apple.com/kr/app/%ED%95%9C%EA%B2%A8%EB%A0%88/id420600963

뉴스타파
https://newstapa.org/

미디어오늘
https://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