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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24 보조금 대폭 올린 이통3사 “기존 가입자에 차액 보전 검토”…불법인데 왜?
수정 2024-02-07 10:29 등록 2024-02-07 09:43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이동통신 3사 간 ‘레이스’로 20만원 안팎에서 출발한 갤럭시S24 공시지원금(보조금)이 열흘 새 50만원(이하 최고가 요금제 가입 기준) 가까이로 높아진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며칠 사이로 수십만원을 더 쓴 가입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받고 갤럭시S24로 바꾼 가입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일 수 있지만, 이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등에 관한 법’(단통법) 위반 소지가 크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행 중이어서다.
이동통신사들도 공시지원금 차액을 보전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왜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할까 말까 검토 중일까.
7일 이동통신 3사는 ‘공시지원금 차액을 보전해준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한겨레 질문에 한결같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LGU+) 임원은 “공시지원금을 짧은 시기에 너무 큰 차이로 높였다. 보전해주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임원은 “지난달 26일 이후 갤럭시S24를 개통한 가입자 가운데 공시지원금을 선택한 비율은 극히 낮다. 차액 보전을 해준다 해도 비용상으로 큰 부담이 안된다”며 “검토 중”이라고 했고, 케이티(KT) 역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입자들에게 좋은 일이니, 언론도 좋게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 역시 소비자들의 단말기값 문턱을 낮춰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라고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니, 뭐라 하면 안되지 않냐”고 항변하기까지 했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검토 중이라는 말 속에는 정부(방송통신위원회)에 ‘보전해줘도 되느냐’고 물어 답을 받아내는 과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참 묘한 모습이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 추진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시행 중이다. 단통법 폐지안과 선택약정할인제 조항을 신설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단통법 폐지 절차가 끝나기 때문이다. 단통법상으로는 공시지원금을 올린 뒤 기존 가입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은 ‘불법’이다. 사전 공시한 금액 이상으로 줄 수 없게 돼 있는 조항에 어긋난다. 결국 이동통신 3사 설명은 ‘불법행위를 검토 중’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꼴에 해당한다.
더욱이 이상한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 앞으로 공시지원금을 조정할 때마다 차액 보전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앞으로 새 아이폰이나 새 갤럭시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공시지원금 출발점을 정한 뒤 경쟁사들의 행태를 보고 조정해야 할텐데, 그 때마다 차액 보전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전에 보전해주지 않았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게 된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이 ‘찐심’으로 가입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주고 싶다면, 법 위반 소지가 큰 차액 보전보다 공시지원금을 높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열흘 사이 공시지원금을 사업자별로 20만~23만원에서 48만~50만원으로 크게 높였다고 하지만, 이용자 쪽에서는 여전히 선택약정요금제를 선택했을 때보다 혜택이 적다. 월 12만원짜리 요금제 가입자가 공시지원금을 받으며 갤럭시S24로 바꾼다고 가정하면, 공시지원금이 72만원(12만원x0.25(선택약정요금제 선택 시 월 요금 할인율)x24(약정기간))을 넘어야 선택약정할인요금제 선택 때와 혜택이 같아진다. 그만큼 공시지원금 레이스가 더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통사들도 공시지원금 차액을 사후 보전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이통사 임원은 “단통법에 위반된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건, 사전예약 가입자가 큰 손해를 보게 만든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이통사 임원은 “정부가 대책도 없이 단통법 폐지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과도기적 현상을 겪고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차액 보전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답을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 압박으로 지원금 레이스가 벌어져 이런 상황이 됐으니 ‘차액 보전을 해도 된다’는 답을 내놔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실 갤럭시S24 사용자 극히 일부만이 공시지원금을 받았다. 이동통신사 쪽에서는 차액 보전을 해도 별 부담이 없다”며 “그보다는 공시지원금을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을 멈추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전예약자를 홀대하게 된 상황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동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 레이스’ 못지않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수 싸움’도 볼 만하다.
김재섭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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