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까지 그를 18번 만날 수 있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1955년생이다.
2016년 110번째 영화
16.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 リアル完全なる首長竜の日 (2013) : 고지라를 이길 수 있는 내 안의 너는 가능한가?
하나의 원혼이 배회하고 그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안간힘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나태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편의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의 긴 제목을 마주하는 도입부에서 이미 확정된 경로로부터의
이탈이란 애당초 불가능할 것 같다는 예감은 결국 본편 전체를 하나의 대입 도식으로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 여기의 관객들이 <터널>의 예고편만으로 혹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비롯한
일련의 영화에서 물 이미지와 배의 형상이 스쳐가기만해도 세월호의 2014년을 연상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할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전술한 바처럼 2015년 부천에는 두 괴수물이 등장했는데, 소노 시온와 미이께 다까시가
그 창조주들이다. <러브 & 피스>와 <도쿄 아포칼립소>에서 두 명의 남자 주인공과 괴수의 관계는 각기 다른 양상이지만.
그들이 각성을 하는 동안 여성이 이를 지켜본다는 전통적 히어로 맥락이 유지된다는 점을 무시하자면, 도시를
습격하는
괴수의 재난극에서 이와이 슌지의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다큐멘타리의 연장선과 조우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아무도 시작과 끝에 놓여있는 장례식과 아무도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부가하자면 본편은 결국 포스트 후쿠시마의 자장 안에서 읽을 수 밖에 없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당대 일본 중진 감독들이 비슷한 시기에 괴수물을 연출한 것을 과연 <고지라>의 잔상과 분리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독자는 이 맥락에서 그간 비교적 한 두 단어의 조합이었던 본편의 제목이 필요 이상의 수식어로 확장되면서
수장룡과 '날'이라는 기점을 강조한 것에 주목해도 좋을 듯 하다. 이를테면, 왜 '리얼'과 '완전한'이라는 외래어와
한자일본어가 반복적으로 '수장룡의 날'에 헌신해야하는가는 결국 이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날'은 무엇이며 '수장룡'은 왜 그 날의 주인공으로 명명되어야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여기에 참조할 것은 구로사와 기요시에게는 사실상 처음 기록될 해피 엔딩과 인물의 역할 교환이라는 서사 구조다.
철저하게 염세적인 영역에 머물렀던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인간합격>, <밝은 미래>, <도플갱어>, <도쿄 소나타> 등은
독자들에게 호러 장르의 절대성과 비견할 때 다소 호의적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주인공의 죽음이나 실종,
전치된 인물의 좌표, 유령화된 가족이라는 엔딩의 세부사항을 고려하자면 이들 4편은 결코 환영할만한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무언가 찜찜했던 위 4편에 비해 본편은 도무지 반론의 여지를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소생이라는 구태의연한 봉합을 택한다.
본편은 오직 부부로서의 두 주인공, 코이치와 아츠미가 서로 센싱이라는 SF적 교감 장치의 자리를 교환하는 서사를 이루는데,
물론, 중핵은 코이치에게 맞춰지면서 후반부 아츠미의 장르적 조력이 한몫을 해내지만, 지켜보는 자와 해결하는 자로서의
서로 다른 좌표를 독자에게 선사함으로서 그 두 자리 모두를 경험해야한다는 일종의 명령을 주입하고자 함을 감추지 않는다.
깨어나지 못한 아내를 바라보는 무능한 남편,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만화가의 위치가 교환될 때
오직 기적만이 유일한 출구가 될 암울함을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주객관적 인식의 자리를 배정하는 참회의 현명함에 도착한다.
재론이지만, 본편의 SF적인 장치인 '센싱 SENSING'은 죽은 자와의 교감의 장치이고,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롯 데이빗 크로넨버그 등의 동종 장르에서는 이제 사어화된 기관이다. 그럼에도 본편이 이같은 장비를 빌어와
죽어가는 자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당연히 식물 인간을 회생시키기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왜
자살 시도를 했는가에 대한 트라우마와의 대결과 치유가 필수적임은 내러티브의 기초 자재로 불문가지다.
본편이 이제까지의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의 전형성과 완성도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추락시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전작 <속죄>의 과거로부터의 풀릴 수 없는 원죄적인 공허, 벗어날 수 없는 시공의 유산으로서의 묵시록 등과
비견할 때 본편은 곧바로 주인공이 과거에 남겨두었던 타자와의 불화와 죽음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상흔이라는
고루한 드라마적 요소를 조금도 주저하거나 꺼리지 않고 그대로 도입하는 이질성을 선택하는데, 이미 이로부터
본편의 해피 엔딩이 어느 정도 예감되었다면 실제로 '눈뜸'이라는 각성과 소생의 엔딩 장식은 놀랍지도 않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본편은 오직 누군가를 위해 바쳐지는 일종의 씻김굿이자 해원곡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로사와 기요시의 자동차는 철저하게 고립된 세계 내 존재를 구현하기 위한 실내 촬영을 지속하고
안개로 표식되는 묵시록의 폐허, 안면 윤곽의 흐림으로 인한 좀비화 역시 전작에서의 감독 인장을 그대로 이어간다.
다만, 본편은 15년전이라는 과거 그리고 1년전이라는 자살 시도라는 숫자를 넘어서서 공간으로서의 폐허를 전시하며
감독의 배우 군단 중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마츠시게 유타카가 연기하는 노인 역할의 육성으로 초점을 정리 진술한다.
리조트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내팽겨쳐진 이후 찾지 않았던 자본의 도시는 다름 아닌 후쿠시마의 지옥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본편이 사죄라기보다 가느다란 출구로서 배치한 것은 도시 남성과 섬 출신 여인이라는 부부 구성 위에 도무지 감독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지극히 낙천적인 대사의 수미상관인 '태어날 때부터 쭈욱 이렇게 살았던 것 같아'라는 애절한 염원이다.
여기에 추가할 것은 남성 코이치가 만화작가라는 예술이라는 창구인데, 그는 희생자로 대표되는 소년 모리오의 귀환을
형상화함에 있어 <쥬라기 월드> 식의 최상위 포식자 수중 파충류의 사나운 턱이 아닌 비교적 평범한 수장룡을 택한다.
이는 무의식이라 할지라도 수장룡이 코이치를 수회에 걸쳐 물어 던질 때 스플래티 무비가 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기이하지만 좀 더 소상하게 가자면, 수장룡과의 1차 대면에서 아츠미의 애원으로 인해 풀렸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폐허로 장소 이동을 하면서 개인사에서 시대의 이름으로 들어서는 결단은 어색하면서도 필연적으로 다가선다.
단순한 개인 간의 원한이 해소된 이후 버려진 땅에서 2차적으로 벌어지는 괴수극 장르의 긴장감은 후쿠시마의 원혼들이
몸부림치는 순간에 그 땅에 살았던 아츠미가 선물하는 수장룡의 원형품으로 종결된다. 그들에게 돌려주어야했던
그들이 살았던 유년 시절의 소중한 기억이야말로 후쿠시마의 상처 저편에 있는 존재를 반송하고 귀환시키는 것일게다.
단한번도 허락치 않았던 해피 엔딩과 드라마적 통속성을 모두 허락하고서라도 품어내고 싶었던 현실 속의 묵시록이
실제로 일본 내에서 발발했다는 당혹감 앞에서 구로사와 기요시는 작품의 질적 저하를 감내하고 그들을 끌어안는다.
이는 어쩌면 세월호 이후 모든 한국 영화의 시사성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이야기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들과 센싱하려는 교감의 의지와 성찰 대신에 혐오의 난무라는 또다른 지옥도만 있는 것은 아닐까.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흔한 트라우마 치유극이라는 폄하를 무릎쓰고라도 시대를 주목하고 발언하려는 의무감이며
그 날이 누구에가나 '진실로-리얼, 완전한-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귀환하는 자-수장룡의 그것임을 인증하려는 재난 성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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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1번째 영화
17.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2015) : <환상의 빛>으로부터 20년, 그들은 자가용을 타지 않았다.
더 이상 폐쇄공간이자 묵시록의 징표로서의 자동차 실내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빛, 바람, 안개는 자리를 지킨다.
연이은 해원극 중 전작을 포스트 후쿠시마로 오독했었다면 본편은 어떻게 그들을 떠나보낼 것인가에 대한 후속작이다.
즉, 생환시킬 수 없는 사람이라는 관계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한동안 유행했던 애도를 소환하는 격이랄까.
부재라는 상처를 승인하고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는 여정이라는 로드 무비의 격조는 누구에게나 고전적일 수 있듯이
정확히 20년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에서 걸어나온듯한 아사노 타다노부의 귀환을 마냥 거부할 수만도 없다.
이를 전환으로 받아들여야할까, 흔히 말하듯 감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될 정도로 변심의 기점인 것일까.
아마도 이에 대해서는 부족하고 매끄럽지 않지만 <인간 합격>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인간 합격>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은 이미 공허를 내재적으로 인정하고 그 너머를 감당하지 못함으로서 분산되었다면
본편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꿈을 차용했음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행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위장하지 않고 직진한다.
아마도 거의 유일한 허전함은 두 부부 사이에 왜 자녀가 결여되었는가 하는 점인데, <환상의 빛>과도 구별되는
이 선택은 의외로 세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농촌 부부의 아들이라는 거울을 통해 은근히 보충되고 있다.
오히려 <도쿄 소나타> 이후 독자가 느끼는 은근한 공포는 다름 아닌 평탄함이라 호명될 뻔뻔스러운 드라마성일 것이다.
전술했듯이 연이은 두 편의 영화가 너무나도 고전적인 화두인 과거와의 대화와 치유를 끌어안고 본편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로드 무비의 장르성 안으로 스스로를 무장 해제 시켰을 때 감상적인 수용과 역변에의 당혹은 서로 대치한다.
즉, 질문은 <절규>에서 너희들도 모두 죽어야한다고 말했던 붉은 옷의 원혼이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세계를 긍정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어느 순간 무엇이 과연 변화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생략한다.
<희망의 나라> 이후의 소노 시온의 세계를 여기서 말하는 것은 과잉일 수 있다. 하지만, 소노 시온의 <자살 클럽>에서
<두더지>까지 지속되었던 악랄한 진심의 심연이 왜 사라졌는가를 묻지 않고 그저 그가 세속화되었다고 진단하는 것이
무책임할 수 있듯이 본편의 이토록 편안하고 따뜻한 애도와 치유의 정서를 저항없이 순순히 감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가령 독자는 전작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합격>-<밝은 미래>-<도플 갱어>-<도쿄 소나타>의 흐름 안에 본편을 배치하고
소생이라는 기적을 고집했던 전작이 이제 본편에 이르러 작품 전체를 송별의 자세로 지정하는 의지의 이면을 들추어내야한다.
하지만, 본편 어디에도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추출되지 않는다. 그저 감독의 인장들과 전작에서의 지속과 변형이
매혹적으로 독자를 은근하게 환호하게 할 뿐이며 꿈/현실의 이원적인 불구성에 대한 비관적 시선 역시 차단된다.
엔딩에서 남겨진 미즈키는 더 이상 이전처럼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곳은 이제 꿈이자
곧 현실이라는 전제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지만 꺼꾸로 말하자면 현실이 곧 꿈이기 때문에 환타지의 함정인 것은
아닐지 불안해진다. 두 개의 시계가 그려진 성냥갑과 전날의 맨살의 하룻밤을 기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삭제되지 않는다.
근원적인 질문을 잠시 폐기하고 본편 안으로 진입하는 우를 범하자. 그럼에도 마땅찮은 지점들은 곳곳에 있다.
우선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제대로 직립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 유스케와 아내 미즈키의 개인적 사연은
마치 그것이 필요조건으로 덧입혀졌다는 느낌이 강하고 오히려 주제를 위해 소비 동원되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오프닝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미즈케에게 학부모 여성은 '너무 느린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는데, 이는 곧
미즈키가 여전히 남편 유스케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이 침울한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임을 드러낸다.
꺼꾸로 묻자면 그렇다면 빠른 것은 어떤 것인가? 과연 그것은 그토록 혐오받아야하는 자세인가?
이는 곧 본편에서의 미즈키를 비롯한 에피소드 속 인물들의 느리게 보내는 자로서의 태도는 윤리적인가를 묻는다.
당연하게도 어쩌면 감정의 속도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본편 역시 그것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유스케가 뜬금없이 농촌 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빛의 속도와 무 無의 개념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직설토로라는 흔한 인장 중의 하나인데, 서로 상반될듯한 기호가 어떻게 동일할 수 있는가라는
역설의 매혹을 애도라는 윤리적 자세로 풀어낸 것은 마지막 연설 도중 하나둘 켜지는 전등 이미지만큼 은은하다.
부차적이지만, 본편에서 페쇄적인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은 점을 생략하고 싶지는 않다. 일회적일 수 있지만,
종이박스, 빛, 바람, 연기보다 오히려 가장 폐쇄적이며 붉은 인공으로서 실내 자동차 세트 촬영의 음습함이
감독의 인장이었음을 상기하자면 본편에서 부부 주인공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거나 밝은 버스에 탑승할 때
독자는 전작에서 완전히 별개의 세계를 표기되었던 붉은 빛의 1인용 자동차와 버스 등의 폐기가 당황스럽다.
이는 전술했던 맥락에서 말하자면 더 이상 고립된 묵시록을 발화하지 않겠다는 전환의 의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세 개의 에피소드 자체의 서사보다 그것들의 공간적 배경이 변두리 마을, 농촌이라는 점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철저한 이분법은 아닐지라도 감독의 세계에서 도시가 지옥이라면 도시 변경의 외부는 배제되거나 출구에 가까웠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더욱더 외곽으로 이동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마지막 사연이 농촌 마을인 것은 의미심장한데,
심지어 그 곳에는 소년의 진술로 죽음 저 편과 연결되는 통로마저도 발견된다. 어쩌면 이야말로 '여행 旅'의 본령이라면
미즈키가 바닷가에서 부적을 태우고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 이후 도시의 집(꿈 밖으로) 화면으로 귀환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몇몇의 유머 혹은 실기, 시장거리에서의 스님과의 조우, 미즈키 아버지 혼령의 설득, 유스케의 또다른 애인과의 만남 등을
엄중하게 파고들지 않는 쪽을 택한다면 본편의 애도에 대한 태도에 안착할 수 있다.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부여잡았던
끈들-흔히 말하는 한의 절대성을 잊어도좋을-을 같이 듣고 보고 인정해주는 것, 그것은 일종의 영매의 임무와도 같은 것이다.
유스케가 어둠에서 점점 더 빛 속으로 들어서고, 아내 미즈키의 손길을 거부하다가 종내에는 한몸이 되는 흐름에는
지상에서의 미련, 어느 순간 무 無로 인식된 것들이 소중했음을 인정하고 떠남과 보냄에 대한 오래된 의식이 내재되어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직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떠나보지도 못하는 자,
그리고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서서히 망각하면서 떠남의 기회와 개념조차 상실할 위기에 놓이는 자에 대한 조력 드라마는
언제나 그렇듯 해원 解寃의 장르 안에서도 예술사 이곳저곳에서 영원히 번득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인간이라는 이름이
가능하게되는 최소한의 자존심이자 예의일 것임은 틀림없다. 적어도 일반론의 입장에서 본편의 흠결은 상찬이나 냉대의
자리를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근자의 감독의 변심에서는 어떤 기원의 사유가 생략된 점이 못내 공포스럽다.
모두가 꽃그림, 피아노 연주, 사랑하는 아내를 남길 수 없음이 진실이라면 공허의 지옥에서 치유의 화사함으로 옮겨버린
구로사와 기요시의 전환의 근저와 일회성의 외유가 아닌 지속 가능한 토대의 시선이 새삼 궁금해진다.
<해안가로의 여행>은 더 이상 죽음의 사유로 인한 전염의 비극이 허락되지 않는 통속적인 애도의 로드 무비이며
연이어 과거의 상흔에 대한 해원으로 지금 여기의 무 無를 재고하도록 강연하는 폐쇄 좌표의 폐기 선언이다.
(동물)
인간이 매독에 감염된 첫 발생 원인이었던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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