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 보는 할리우드…부작용도 ..

중국 시장과 중국 자본이 할리우드를 움직이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크레디트에 완다그룹, 알리바바그룹,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의 로고가 등장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 영화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할리우드가 중국의 입맛에 맞추는 영화를 만드느라 작품의 완성도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각국의 관객에게 돌아간다.

◇중국, 미국 제치고 세계 극장산업 1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극장 산업 1위에 올라섰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스크린수 3만5000개를 돌파했다. 박스오피스는 247억위안(약 4조 678억원)이며 관객수는 7억명으로 조사됐다(EBOT이언박스오피스싱크탱크 2016년 6월 30일 기준). 스크린수는 지난해 2500개, 박스오피스 1조7432억원(매출액), 관객수는 2억명 수준인 국내 시장과 비교하면 7~8배 수준이다.

최근 중국 기업이 영화 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다그룹은 해외 거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거듭났다. 완다그룹의 경우 지난해 미국 카마이크를 인수, 세계 최대 극장체인으로 등극했다. 완다와 경쟁중인 알리바바나 그 외의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장용석 CGV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완다는 지난해 160억 달러(18조원)를 투자했다”며 “중국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할리우드를 대체할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 구축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는 중국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됐다. 중국 내 상영 규제를 피하거나 흥행을 노리고, 또는 투자를 받기 위해 중국 로케이션 촬영을 하거나 중국인 배우들을 기용한다. 문제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구색갖추기식으로 처리를 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생기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캐릭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최근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그레이트 월’이다. ‘그레이트 월’은 미·중합작 최대 규모의 제작비로 관심을 모았다. 완다그룹 산하 레전더리픽처스와 미국 유니버설픽처스가 손을 잡고 1억5000만달러(약 1706억원)를 들여 만든 영화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 손익분기점은 4억달러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미 지역에서 4516만달러(약 513억원)의 수익을 얻는데 그쳤다. 전 세계에서 얻은 수익은 3억 3066만달러(약 3760억원)로 그나마 손실을 덜었지만 중국에서 50% 이상인 1억 7096만 달러(약1944억원)를 기록했다.

영화는 실패작으로 평가받았다. 실패 요인으로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와 독창성의 부재 등을 꼽았다. 촬영장에서 양국 스태프들 간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출을 한 장이머우 감독은 “미국과 중국의 관객이 수긍하고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여러 차례 수정이 이뤄졌다”며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불협화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판빙빙 ‘아이언맨3’ 세계판에선 등장 안해

중국인 배우 끼워넣기는 세계 관객뿐 아니라 자국 관객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한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 중국 배우 판빙빙이 출연했는데 5분에 불과했다. 대사도 한 마디였다. ‘아이언맨3’(2013)는 중국 DMG에 투자를 받고 중국인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조건 등을 합의했다. 왕쉐치 판빙빙이 출연을 했는데 세계판에는 판빙빙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고 중국판에는 단역에 불과하며 추가된 장면 또한 흐름과 맞지 않아 중국 관객의 비난을 받았다. 중국 자본이 들어간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크리스와 ‘콩:스컬 아일랜드’의 징톈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원 문화평론가는 “할리우드가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끼워넣기 등 부작용 때문에 찰리우드에 대한 관객들의 편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배우 끼워넣기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도 해당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지금 같은 구색 갖추기식 제작이나 마케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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