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콩나물국밥 계란 빼드릴까요”…학교는 메뉴 변경 ‘진땀’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며 시민들의 식생활도 불안과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속속 개학하고 있는 학교와 군대에서는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급식을 중단키로 했다. 가정에서도 계란을 아예 버리거나, 계란이 든 간식을 중단했다. 식당에서는 계란을 뺀 채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 학교·군대 “계란 급식 중단”

교육부는 16일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계란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개학한 경남 창원 팔용중학교는 오전에 급식업자에게 계란 240개를 반품하고, 계란이 들어갔던 국류의 점심 메뉴를 바꿔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이 학교 차현희 영양사는 “정부 발표를 지켜보고 학생 식단을 새로 짜야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날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았다. 채소전과 소시지전 등을 만들기 위해 계란을 사용하려던 일부 학교는 메뉴를 변경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국방부도 당분간 장병 식탁에 계란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어제부로 계란의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계란 급식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 부모들 “계란 이유식·간식 중단”

서울에 사는 배모씨(37)는 지난 15일 휴일을 맞아 열 살 난 아들과 함께 식당에서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배씨는 돈가스가 계란에 말린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 했다. 배씨는 계란을 걷어내고 아들과 돈가스만 먹었다. 집에 돌아간 뒤에는 집에 남아 있던 계란 5개를 버렸다. 아들에게 평소 간식으로 삶은 계란을 줬지만 시리얼로 대체했다. 배씨는 “밖에서 식사할 때는 김밥 등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물론 빵도 먹지 않을 것”이라며 “혹시 몰라 치킨도 자제할 생각”이라고 했다. 14개월 된 아이에게 계란이 들어간 이유식을 먹여왔던 이모씨(33)도 “계란 말고 다른 식품으로 이유식을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 음식점·제과점은 혼란 속 한숨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의 분식 매장은 이날 오전 김밥에 들어가던 계란을 전부 뺐다. 라볶이(라면+떡볶이) 위에 토핑으로 올리던 계란도 튀김으로 대체했다. 푸드코트에서 김밥과 라볶이를 주문한 양은정씨(35)는 “떡볶이가 매워 7살 딸아이에게 계란을 으깨서 주는데 오늘은 계란이 없어 허전하다”고 했다. 샐러드 판매 매장에서도 계란 토핑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는 아침 메뉴 가운데 계란이 들어간 음식의 판매를 중단했다.

서울의 한 전주콩나물국밥 전문식당은 메뉴판에 ‘살충제 계란 문제로 국밥에 계란을 넣지 않고 판매 중입니다’라고 안내하고 손님이 원할 때만 국밥에 계란을 풀고 있다. 주인 김모씨(42)는 “콩나물국밥에 계란이 안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손님도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의 한 태국음식점은 ‘계란 대란으로 저희 매장은 계란이 들어간 모든 메뉴를 1000원 할인해 (계란을 제외하고)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세종시에서 계란을 주재료로 하는 마카롱 전문점을 운영하는 ㄱ씨(40)는 이번주 휴업에 들어갔다. ㄱ씨는 “모든 계란에 대해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와 영업을 재개해도 당분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 일부 대형마트 판매 재개

이날 오전 대형마트 계란 판매 코너는 ‘계란 판매 중단’을 공지한 알림판이 속속 세워졌고 평소에 계란으로 가득 찼던 매대는 라면과 스팸, 햇반 등으로 대체됐다. 전주의 대형마트를 찾은 하희주씨(34)는 “계란을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해서 나와 봤다”면서 “아이들 반찬거리로 계란이 없으면 곤란한데 언제까지 다른 반찬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일부 대형마트들은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의 판매를 재개했으나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인된 계란에 한해 다시 판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구매를 꺼리고 있다”며 “계란과 닭고기가 들어간 2차 가공식품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