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시인의 똥개.

1

대대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가장 빠른

1중대 인사계 이 상사는

대대장에게 가장 많이 찍힌 사람,

순찰 나온 대대장이 한바탕

창고를 뒤지거나 욕을 퍼붓고, 심할 땐

쪼인트를 걷어차고 돌아가면

이상사는 취사장 뒷곁에서 자고 있는

똥개에게 화풀이를 한다.

여우 같은새끼, 포악한 새끼

죽어봐랏!

내 아들 대학만 졸업하면 나도 이 생활 땡이다.

예라이 개새끼야!

느닷없이 군화발에 채이고

깽깽거리며 도망치던 여포라는 똥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을 것이다.

낮잠 자다 벼락 맞은 이유를,

자기 이름이 대대장 별명과 같다는 것을.

2

통문 근처 지뢰 및 부비추랩 매설 작업

대대장이 참관하자 모든 중대장 인사계가 모였고

똥개 여포도 쫄레쫄레 이 상사를 따라왔다.

작업 끝낸 그들이 통문으로 나올 때

고가초소에서 망원경을 보던 내가

계곡에서 고개 내민 노루를 발견함과 동시에

여포가 짖어대며 뛰어들었다.

강물과 철조망과 똥개에게 길이 막혀

갈팡질팡하는 노루와 여포가 술래잡기하듯

지뢰밭을 뛰어다니자 대대장은

부비추랩 터진다며 개를 불러내라고 고함쳤다.

이상사는 감히 개이름을 못 부르고 멋뭇대다가

대대장이 은색 지휘봉으로 옆구리를 쑤시는 순간

여포야아! 여포야아!

대대장 여 중령의 눈만 뚱그래졌을 뿐

똥개는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

이 상사는 더욱 악을 썼다.

야이 여포오 개새끼야! 이리 나와앗!

똥개가 멈칫해 있는 동안

노루는 오던 길로 되돌아 달아나고

대대장은 사정없이 이 상사 쪼인트를 내지른 후

개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하고

불그죽죽한 얼굴로 지프를 타고 사라졌다.

계곡에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그날 밤 똥개의 안부가 궁금해

1중대 김 하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웬걸,

이상사는 똥개를 패기는 커녕

살점 두둑한 쇠뻐다귀까지 주며

한참 동안 쓰다듬어주는 것이

김하사는 도통 이해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윤규 시인의 `꽃과 제복`에서.

아마도....... 유머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