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는 ‘엉터리’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 ‘사쿠라(さくら)에서 기인
한 일본식 용어다. 이 말이 우리말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은어화’가 이뤄
진 것이다. 사쿠라라는 말은 본래 일본인의 식생활에서 연유했다. 일본인들
이 쇠고기에 본격적으로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이 외국에 개국정책
을 펴던 때다. 요코하마나 고베항 등에 외국인 거류지가 설치되면서 이들이
전한 쇠고기 맛이 일본인들의 식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던 것.
점점 쇠고기를 찾는 일본인들이 늘어나자 상술에 뛰어난 일본 상인들은
말고기를 쇠고기라 우겨 이윤을 많이 올렸다(이러한 현상을 우두마육(牛頭
馬肉)이라 한다). 사쿠라 고기가 진짜 쇠고기인 양 속여 팔았던 상인들의 뻔
뻔함이 그대로 보통명사가 된 것이 ‘사쿠라(엉터리)’의 어원이 됐다. 여기
서 사쿠라란, 말고기의 빛깔이 마치 벚꽃(사쿠라)처럼 붉다 하여 말고기를
다른 말로 ‘사쿠라 고기’를 지칭했던 것이다.
결국, ‘구라’는 ‘사쿠라’가 변용된 말이다. 이제 이 말은 우리 사회에
서 흔히 쓰이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사이비 기자’라는 말 대신에 ‘구라
기자’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가짜 액세서리도 ‘구라’라 부르게 된 것.
경마장에서도 ‘구라’란 말이 있는데, 말의 안장 혹은 건물 내에 있는 중
요한 보물창고를 가리킬 때 쓰인다. ‘한 구라’라 하면, 궁극적으로 ‘한
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무절제하게 받아들인 외래어들이 우리말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이처럼 비속어로 전환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국적과 의미가 불분
명한 이러한 어휘들을 사용할 때 우리말에 끼칠 영향을 한번쯤 생각해 보
아야 되지 않을까.
(연예인)
고윤정 ELLE x 려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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