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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8210600005&code=920501
[‘탈원전’의 길 찾기](3)사회적 갈등·사고 비용 반영 땐 발전단가 최고 7배 껑충
고영득 기자 [email protected]
■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 반영?
폐연료봉, 즉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핵연료봉은 ‘다발’로 이뤄져 있다. 한 다발은 가로, 세로 각각 20㎝에 높이가 4m다. 한 다발 속에는 179개의 핵연료봉이 들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월성 원전을 제외한 모든 원전의 폐연료봉 한 다발에 3억1981만4000원의 처리 비용이 든다. 원전의 설계수명이 연장되거나 신규 원전이 건설될수록 폐연료봉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처리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원자력계는 원전 해체나 핵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전단가에 포함돼 있어 별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비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검증할 만한 자료는 공개된 것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미 2011년 원전 발전단가에 원전 해체나 환경 복구 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 등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제까지 발전단가에 핵폐기물 처리 등의 비용이 적정하게 반영돼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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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계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전망치)은 2012년 22조6248억원에서 2013년 53조2810억원, 지난해엔 64조1301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드럼(200ℓ)당 단가 역시 2007년 385만원에서 2015년엔 1219만원으로 늘었다. 드럼당 1219만원이라면 83만4000드럼을 소화할 경주 방폐장에는 약 10조2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원전 해체 비용 역시 2012년 3251억원에서 2013년 6033억원, 2016년 6437억원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게 잡은 전망치다. 1992년 폐쇄된 미국의 샌 오노프레 원전의 경우 해체 비용이 애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44억달러(약 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의 수습 비용 역시 애초 예상치의 3배가 넘는 70조엔(약 71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원전 건설 비용이 싼 점도 신규 원전 건설의 추동력이 돼왔다. 국내 원전 건설비는 미국에 비해 3분의 1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기의 원전을 한 부지 내에 건설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확보나 행정 절차 및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건설부터 사후 처리까지 제반 비용을 다시 들여다보고,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를 통해 구체적 비용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외부 비용은 포함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전의 발전단가는 1㎾h당 68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157원)보다 2배 이상 저렴하다. 원전 발전단가는 건설비와 함께 원전 해체·핵폐기물 처리 등 운전유지비, 연료비로 구성된다. 이는 원전의 직접비용에 해당한다. 문제는 현 발전단가에 반영돼 있지 않은 ‘외부비용’이다.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 핵폐기물 처분장이나 고압 송전선로의 입지 선정 갈등, 미래세대의 부담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외국에선 신규 원전 건설 시 외부비용 평가는 필수가 됐다. 국내에서도 직접비용을 적절하게 산정하고 외부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아직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전은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부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비용 산정을 위해 비용산정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원전의 발전비용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사고위험이므로 정부는 사고등급별 비용을 추산하고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용량의 신규 발전소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원전 발전단가에 사고위험과 국민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면 단가가 지금보다 2~7배 수준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정확한 발전단가가 산출돼야 국민이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지를 정할 때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에 ‘균등화 발전원가’가 담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균등화 발전원가는 외부비용까지 포함해 계산된다. 결과적으로 균등화 발전원가 산정은 지금껏 원전의 발전단가가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계산됐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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