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뇌물’ 이재용 영장 기각한 조의연 판사, ‘2천만원 알선수재’ 고영태 실형 선고

투자금 명목으로 8천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사기), 불법 인터넷 경마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는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조 판사는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작년 2월 수백억원대 뇌물 혐의 등으로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씨는 2015년 인천세관본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총 2천2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이듬해 실제 세관장으로 임명됐고, 이 사무관은 김씨의 세관장 임명에 대한 사례와 향후 자신의 승진에도 힘써 달라는 취지로 같은 해 5월 고씨에게 현금 2천만원을 건넸다. 나머지 200만원은 김씨가 세관장으로 임명된지 한 달여 후에 건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간 인물임을 잘 알면서 세관장 후보를 추천해 인사가 이뤄지게 도왔고, 이후 인사청탁 대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공모자’인 이 사무관의 범행 동기가 뚜렷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판사는 이 사무관의 범행 동기에 대한 언급 없이 유죄 판단을 내렸다.

고씨의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이씨는 자신의 승진을 기대하고 돈을 건넸다고 법정에서 진술했으나, 다른 증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씨는 자신이 승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승진을 포기한 상태에서 승진을 기대하고 돈을 줬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유죄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보통 이 정도 사안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설사 사안을 엄격하게 본다 하더라도 고씨의 경우 이전 정권의 국정농단을 사회에 밝히는 ‘내부고발자’로 보호받아야 하는 중요한 감형 사유가 있고, 이 점은 판사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고씨 측은 재판 직후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