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40600035
[단독]공정위 ‘과징금 부당 감면’ 덮으려 했다
이범준 기자 [email protected]
공정위는 2016년 3월 시멘트 담합으로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원을 부과했다가 두 달 뒤 절반인 218억2800만원으로 낮췄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4명이 “회사가 어려운 경우 과징금을 깎아줘야 한다”면서 성신양회의 2015년 적자 재무제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 50%를 깎아줬다. 하지만 2017년 3월 공정위는 재무제표가 허위인 사실이 발견됐다며 원래대로 과징금을 다시 부과했다.
경향신문이 23일 입수한 공정위 감사 문건을 보면, 시멘트업체 과징금 감면이 있었던 2016년 6월쯤 심판담당관(과장급)은 과징금 감면이 잘못된 것임을 공정위 내부에 보고했다. 성신양회의 2015년 재무제표가 적자가 된 것은 2016년 부과 예정인 시멘트 과징금 436억여원을 미리 반영한 탓이므로 50% 감면이 잘못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은 공정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그대로 덮자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50% 감경 상태 그대로 주면 좋겠다. (50%를 감면한) 이의 재결을 취소하고 과징금을 재부과하면 성신양회가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감사원 감사 등에서 알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 출신 심판관리관(국장급)은 “기본적으로 성신양회 대리인들이 허위자료를 제출한 잘못이 크고, 공정위로서도 이 문제를 덮으면 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괜히 재부과했다가 218억여원마저도 취소될 것이라는 일부 참석자의 주장에도 심판관리관은 “공정위 과실이 있지만 법원에서 과징금이 전액 취소될 만큼 잘못이 크지는 않다. 재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공정위는 과징금을 436억여원으로 다시 올렸다.
성신양회는 과징금 436억여원을 모두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7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했고, 이어 대한변협에 김앤장 변호사의 징계를 요청했다. 김앤장 변호사들이 사실과 다르게 재무제표를 설명한 것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공정위는 올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자 이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심판담당관과 심판관리관 그리고 실무자인 사무관에게 주의처분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관련 “이 사건의 단초는 실무 사무관이 제공했다”면서 “성신양회가 적자라는 이유로 과징금을 분할납부하겠다고 신청하자, ‘적자는 감경 사유’라고 실무 사무관이 알려주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담당자의 과잉 친절이 문제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입수한 문건을 보면 공정위의 주장과 달리 공정위 측에서 적극적으로 감면신청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공정위 문서에는 “사무관이 성신양회의 과징금 분할납부신청서를 검토하다가 2015년 재무제표가 적자인 점을 알게 되자, 김앤장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2015년 재무제표가 대규모 적자이면 과징금 고시에 따라 현실적 부담능력 50% 감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고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대책회의 결과대로 재부과가 무산됐을 경우 사실 은폐 등으로 인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을 재부과하지 말자는 얘기는 실무자들이 논의 초기 단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나온 말로 보였고, 발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사무관 역시 김앤장에서 분할납부 신청에는 적자감경 주장을 하다가 과징금을 줄여달라는 신청에는 적자감경 주장이 없어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I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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