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어이가 없어서 올려 봅니다.
어제 친구들이랑 간만에 곱창집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들이 갑자기 어떡하냐며 호들갑을 떨더라고요.
저희는 그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가스버너 오른쪽 부탄가스 넣는 곳 덮개 위에 불이 옮겨붙어 있었습니다.
근데 황당한 건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조심하라는 얘기도 없이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그냥 다 내버려 두고 불도 켜둔 채 그냥 자기들만 문밖으로 도망치더라고요.
(그 테이블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였습니다)
그냥 두면 진짜 큰일 나겠다 싶어서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바로 불부터 끄고 잠금장치 열고 부탄가스를 빼냈습니다.
불이 아직 위쪽 덮개를 완전히 덮지는 않아서 불 끄고 부탄가스를 빼니 옮겨붙은 불도 금방 잦아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다시 들어와서는 피해자 행세를 하며 주인에게 막 난리를 쳤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과대 불판도 아니었고 주인 잘못이라기보다는 버너 자체의 결함 같았습니다.
아니면 그 사람들이 뭔가 잘못했을 수도 있겠고요.
(그런 광경은 저도 처음 봤지만 둘 중 하나가 아니면 덮개 위에 불이 옮겨붙을 수가 없을 듯하네요.)
근데 주인분도 당황해서 괜찮으시냐며 돈 안 받겠다며 계속 달래 주시더라고요.
그거야 뭐 그 사람들끼리 해결할 일이니 그러려니 했고 그다음에 저희 쪽에서 한마디 했죠.
아니 적어도 피하라고 하거나 켜둔 불은 끄고 나가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근데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러냐, 주인이야 자기 가게니까 끄는 거지 남의 가게였어 봐라'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 불 제가 껐는데요? 여기 계신 분들 다들 위험하니까요.'
그러니까 말문이 막혀서 얼굴만 시뻘개지더라고요.
그래도 절대 사과나 고맙다고는 안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5YqH6fPxc
찾아보니 영상에서 거의 다 사용한 부탄가스도 저러는데 꽉 찬 거 터졌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그 꼴 보고 나니 기분만 나빠져서 술이랑 곱창도 남았는데 바로 2차로 자리 옮겼습니다.
엄한 주인은 그렇게 갈구더니 자기들은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터져서 사상자라도 나왔으면 어쩌려고 그러고 도망친 건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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