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케이스가 접니다. ㅋㅋㅋ
얘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어쩌구 하기 전부터 트위터를 달고 살았는데
페미니즘 얘기로 떠들썩 해지니까 아니나다를까 점점 영향을 받더라고요.
근데 저도 평소에 다른 건 몰라도 여성의 성을 도구화 해서 인식하는 남자들의 행태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게 그거인 줄 알고 별 말을 안했어요.
근데 어느날부터 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말들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1.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라는 말에 그건 남자들이 자기들 유리하려고 날조하는 말이라고 대답한다거나
2. 대화하다가 정치 같은 얘기 나와서 아는대로 설명하면 자기도 아는 얘기를 왜 가르치듯이 말하냐며 맨스플레인이라고 비난하고
3. 4시간 운전하고 여행 가서 청소까지 다 했는데 설거지 좀 시켰더니 남녀평등을 운운하고.(결국 설득해서 시키긴 했습니다.)
4. 여성 피임약의 부작용은 약 개발을 다 남자가 하기 때문이라거나...
물론 그건 틀린말이다. 라고 그때그때 말하고 설득하면 알아듣기는 했어요. 자기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하면서 생각을 바꿔먹기도 했고요.
보통 게시판에서 보이는 내츄럴본 꼴페미는 아니었던거죠.
근데 정작 문제는 저런 굴직한 게 아니라 생활에 옅게 묻어나오는 것들이었어요.
일단 무슨 말만 하면 지적을 해대니 대화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거기다가 본인도 옳은 평등의식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니 더 꼴베기가 싫어지더군요.
여자니까 짐 같은거 들 생각도 안하고, 여자니까 어딜 가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제 등만 떠밀고, 여자니까 식당 가면 항상 쇼파쪽에 앉고, 여자니까 되도록 본인 집 근처에서 만나는 게 당연하고, 여자니까 집에 바래다 주는 것도 당연하고, 여자니까 항상 보호 받아야 하고,
애초에 페미니즘 어쩌구 하지만 않았어도 저런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텐데 점점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사람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결정적으로 제 직장 동료 중에 딱 전형적인 '터프한 남성&순종적 여성'인 부부가 있는데 그걸 맨날 흉보고 뒷담을 해요. 둘이 그게 좋아서 합의하에 그런 롤을 하며 살겠다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를 끝까지 못했습니다.
결국 전화를 하다가 또 한 번의 지적질에 화를 참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짧지 않은 2년여의 만남이었던만큼 아쉬움도 남지만 솔직히 너무 후련하네요. 이제 헤어진지 반년 지났는데 이렇게 떠올리지 않으면 생각도 안나네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제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정말 그 페미니즘에 대한 염증 때문에 헤어진 거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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