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 선수끼리 경쟁하다 넘어지는 것을 보고 제가 게시판에 쇼트트랙 판에 뭔가 불문율이 있는 거 아니냐 썼었습니다. 그 때 어떤 분이 쇼트트랙 짬짜미가 없어졌다고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한 편으로는 두 명이나 결승에 올라간 이점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우면서도 그게 이해가 되더군요. 어디까지나 개인을 위한 경기니까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 보다는 정정당당하게 따로 경쟁하는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 보는 스포츠 중에 도로 싸이클 경기가 있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 같은 대회말이죠. 이런 대회에서는 팀원들이 에이스 한 사람의 우승을 위해서 희생합니다. 여러 팀원들이 경쟁자의 페이스를 흔드는 선수, 에이스를 보호하면서 바람막이를 해주는 선수, 음식이나 음료수를 전달해주는 선수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철저하게 희생하는 레이스를 하죠. 에이스의 자전거에 이상이 생기면 자기 자전거를 기꺼이 내주기도 합니다. 이 선수들을 도메스띠끄, 우리말로는 도움 선수라고 부릅니다. 가장 유명한 프룸이나 퀸타나 같은 선수들은 다른 팀에 가면 에이스 대접 받을만한 대단한 기량의 선수들을 도움선수로 거느립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은 팀에서 급료를 받을 뿐만 아니라 자기팀 에이스가 따는 상금을 공평하게 분배받습니다. 에이스 선수는 명예를 챙길 수 있으니 상금을 나누어 주어도 손해는 아니고, 반대로 도움선수들은 자기 헌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죠.
하지만 올림픽에선 그런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쇼트트랙이나 롱트랙이나 올림픽 스케이팅은 철저히 개인 종목이죠. 같은 나라 팀으로서 희생했다고 해도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습니다. 협회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선수에게 금메달리스트와 비슷한 금액의 포상금과 연금을 지급한다는 말은 못 들어봤네요.
오늘 스피드스케이팅 희생 논란을 보면서 지난 리우 올림픽 로드사이클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영상을 찾아 봤습니다.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영국이 에이스인 프룸의 금메달을 위해서 끌어줄만도 한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프로 대회처럼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소속 팀이 아닌 개인의 명예를 위해 출전한 선수들이니 각자의 레이스에 집중하는 겁니다.
물론 내가 희생해서 나와 한솥밥 먹는 동료를 돕겠다는 건 칭찬할만한 정신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은 철저히 개인을 위한 대회입니다. 만약 다수의 같은 나라 선수가 결선에 진출해서 자국 선수끼리 팀플레이를 한다면 그건 효율적인 작전은 될 수 있어도 페어플레이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정해진 규칙 안에서 허용되는 행동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팀원을 위해서 희생한다면 사이클대회처럼 거기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될텐데, 올림픽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아마도 선수를 매수하는 행위가 될테죠. 이러나 저러나 올림픽에서 누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페이스 메이커로서 희생한다는 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후방)
미모가 미쳐서 AI인줄 착각하는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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