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마녀 사용설명서] 볼만하네요.

영지물이라길래 도전해봤습니다.

확실히 중심은 영지물이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 양념이 좀 많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일단 흘러가는 서사는 회귀물 주인공이 각성해서 변두리 영지를 얻어서 발전시키는 내용입니다. 화약, 시멘트, 철강 같은 것들을 마구 내놓는데 마녀의 능력을 이용한다는 것이 좀 특이하다고 할까요.더해서 중세 시대에 현대인이 와서 사회 체계를 마구 휘저어놓는 내용도 있습니다. 노비 해방 같은 내용이요. 영지를 발전시키는데 편의주의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고, 중세 시대 조연 캐릭터들이 많이 바보 같습니다. 이른바 '현대인 천재설'이죠.​

이게 중국 소설 번역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지크' 같은 한국 영지물 초창기 느낌이 좀 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언뜻 보면 쉬워보이는 소설이지만 까보면 뭔가 만만치 않다는 느낌입니다. 포장이 허술한데 까보니까 뭔가 잔뜩 집어넣었습니다.

일단 제목에서 '마녀'가 나오듯 이 소설에서 '마법'은 마녀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즉, 소설에서 '여자'만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더해서 마녀들끼리의 유대라던지 교회 세력에 의한 탄압 같은 장면들을 제대로 묘사합니다. 교회와 사회의 탄압에 맞서는 여자들, '마녀'의 대응은 몇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도시의 빈민가에서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살던지, 아니면 변방에 모여서 '마녀'의 저주를 풀어줄 이상향을 찾아 자신을 탄압했던 '권력'에의 복수를 꾀합니다. 혹은, 현명한 제 5왕녀의 영도 아래 바다 건너서 마녀들만이 사는 섬을 건설하는 방향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자신의 영지에서 마녀를 일반인과 조화시켜 나가는 방향을 잡습니다. 차별없이요.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지만, 요 근래의 '래디컬'한 여성주의의 방향에 대한 반격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소설 자체에서 그렇게 튀지 않고 쉽게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그냥 흘러서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는 이런 여성주의 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세력의 안타고니스트로서 '교회' 세력도 좀 이상하게 묘사합니다. 그런데 왠지 교회 세력을 그냥 단순하게 '악'(惡)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선악의 구분을 쉽게 하지 않는 경향이 좀 있긴 하지만, 이 소설은 교회의 의도에 대해 설득력있게 말하려 합니다. 교회야 말로 구태의연한 봉건주의 국가와는 다르게 능력 위주로 사람을 선발해서 대륙을 통일하여 이상향을 만들어 악마와 대항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교회측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묘사합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대결해서 이겨야할 세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묘합니다. 작가들이 많이 쓰는 '그 놈도 알고보니 좋은 놈이었어'라는 스토리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런 설정을 편하게 때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생각은 회를 거듭해야 드러나겠지만 교회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설정을 제대로 짜넣은 느낌입니다. 그게 성공적인지는 읽는 독자별로 다르겠지만요. 글이 읽기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그냥 쉽게 넘기기도 쉽지만 뭔가 조금 덜커덕거리는 느낌입니다. 좋은 의미로요.

더해서 소설이 회를 거듭해갈수록 왠지 코즈믹 호러에 가까워 집니다. 분명 초반은 머리 속에 주변 지도를 연상해 가면서 읽어야 하는 영지물 에픽판타지 였는데 말이죠. 단순한 영지물에 회를 거듭할수록 마녀의 '마력'과 교회 세력의 신벌군, 변방 너머의 악마 등등의 떡밥을 뿌려 놓습니다. 어쩌면 진행 여부에 따라 '영지물'이라는 태그를 떼어 버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저것 써놓았지만 걍 쉽게 쓰여져 있어서 고민안하고 읽어도 킬링타임용으로 좋습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조회수가 안 나오는 느낌인데 돈 좀 싸줘도 괜찮은 작품 같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