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의 성격과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올해 나이를 밝힐 순 없지만 고등학생 때 '파'로 시작해서 '스'로 끝나는 출판사에서 출판해본 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당시 학생으로서는 쉽사리 벌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을 손에 쥐고 19살의 나이에 독립을 결정, 학업과 집필을 병행했었습니다.

그만큼 돈을 꽤 많이 벌었었죠.(월마다 최소 180은 꼬박꼬박 손에 쥐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평생 글만 쓰면서 살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3~4달 만에 그런 다짐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대신 수중에 떨어지는 돈 만큼이나 깊어지는 유흥의 유혹에 헤어나오질 못해,

결국 집필은 뒷전이고 밤새 놀고 학교도 매번 지각하기 일쑤였습니다.

돈이 떨어질때쯤이면 부랴부랴 대충대충 설렁설렁 글을 썼던 탓에 받는 돈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만 갔습니다.

그리고 전 20살이 되어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다 21살에 입대를 하게 됩니다.

제대를 하고나선 다시 글이나 써볼까... 란 생각을 해봤지만 이미 너무 오래 멀어진 탓에 선뜻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그렇게 비정규직으로 회사 몇곳을 전전하고 지금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의 강도와 비교해보면 솔직히 고딩때가 더 잘버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매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다시 시작해볼까란 마음 또한 아주 강하게 먹고 있죠.

그렇기에 중간중간 장르소설을 꾸준히 접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 그랬죠. 마라토너의 훈련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이 언제인지 아느냐.

그것은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하는 중간도 아니고 한계까지 다다른 마지막도 아니다.

모든 귀찮음을 무릅쓰고 첫 발을 떼야만 하는 그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 라고.

실패도 두렵고... 이유 모를 부담감도 두렵고... 또 의지박약이 도져 중도 포기할까 그것도 두렵습니다. 혹여나 집필의 시간이 본업에 까지 관여돼 생계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란 생각도 두렵구요...

...시작하려면 시작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고, 하지 않으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얼마든지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마음가짐인데 집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