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써본거 감평좀 부탁드립니다

타닥!

달빛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작은 불똥이 튀었다.

어지간히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모르고 지나칠 법한, 그 정도로 미세한 소음. 

단 한 번의 동작만으로 동시에 발검을 끝마친 것은 나란히 정렬한 삼십 인의 복면인이었다.

특색 없는 검은 무복. 

서늘한 협봉검 칼날에는 빛의 반사를 막아주는 묵색 처리가 되어있다. 살수검(殺手劍)이다.

짙은 야음 속에 녹아든 복면인들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담벼락을 타 넘었다.

스윽!

작은 바람소리가 한번 들려올 때마다 무고한 목숨 하나가 어김없이 스러진다.

신속히 경비를 제거한 복면인들이 작은 별당 하나를 두고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종산이더냐.”

“.......예.”

“기척은 지웠으나 살기가 짙다. 그래서야 폐하를 가까이서 모실 수 있겠느냐.”

“......조언, 깊이 새겨두도록 하지요.”

싸늘히 식은 땀 한 줄기가 등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금의위(錦衣衛) 흑검대주 도종산은 홀로 문고리를 잡았다. 

조촐히 꾸며진 별당 깊숙한 곳에는 흐트러진 차림새로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중년 사내가 있었다.

“백주대낮에 정문으로 당당히 찾아올 수는 없었던가. 폐하께서도 생각보다 담이 작으시군.”

“진작부터 짐작하고 계셨나보오? 하긴.”

“토사구팽이라. 하지만 너무 일러. 어째서 지금이냐.”

“몰라서 묻소?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한에도 넘어설 안 될 선이라는 게 있는 법. 당신은 설쳐도 너무 설쳤어.”

비릿하게 웃는 도종산의 얼굴에선 옛 상관에 대한 경의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로원정군 총대장, 대사마(大司馬) 양원은 묵묵히 잔을 기울였다.

선정을 펼치려 노력한 선황의 갑작스런 죽음은 쇠락할 대로 쇠락한 제국에 가해진 마지막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군벌, 지방 호족, 무림세가, 녹림, 북원의 잔당과 사마외도의 무리들까지. 

관과 무림의 경계가 사라지고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니, 간신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어린 황제를 지킬 사람은 마침 원정군을 이끌고 북방으로 향하던 양원 하나뿐이었다.

수도 남경을 탈환하여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루고, 치열한 내전 끝에 각지의 반란을 진압하고 천하를 안정시키는 데에 장장 1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유약한 소년이 권력욕이라는 것을 배우기에 충분한 세월. 

제국의 안녕을 위해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단행한 것이 정작 충성을 바칠 대상인 주군에게서 두려움을 사버렸다는 사실을 양원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제 당신은 필요없소. 사실 한낱 칼잡이 따위가 지금까지 국정을 쥐고 흔든 것도 웃기는 노릇이었지. 모든 것이 순리를 찾아가는 거라 생각하시구려.”

한낱 칼잡이라. 

그도 이번 일이 끝나면 한자리 차지하기를 단단히 약속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지도.

양원은 씁쓸히 웃음 지었다. 어쩌면 종산의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한다면, 제국의 붕괴 또한 결국 필연일련지도.

“제국은.”

무심히 읊조린다. 마치 남의 일처럼.

“십삼 년 전에 이미 무너졌다. 안팎의 혼란은 잠시 억눌린 것일 뿐 계기만 있으면 다시 솟아오를 것이고, 뿌리까지 썩은 중앙은 목덜미에 칼이 날아드는 그 순간까지도 권력 다툼에 눈이 멀어있겠지. 장담컨대 제국의 운명은 삼 년을 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실성이라도 했느냐 이놈! 그 입 닥치지 못할까!”

격노한 도종산은 문득 양원이 지금껏 단 한 순간도 이쪽을 바라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홀로 자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술상에 사실은 술잔이 하나 더 놓여있다는 것도.

“일평생을 전장에 살았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평생을 따를 주군을 만났고, 함께 더 나은 천하를 꿈꿨다.”

“놈! 제대로 이쪽을 봐라. 네 목숨을 빼앗아갈 나를 똑바로 보란 말이다!”

그 순간 마종산은, 그리고 복면인들은 똑똑히 보았다.

촛불에 비쳐 일렁이는 그림자. 양원을 마주보듯 벽에 걸린 검은 그림자가 스스로 손을 내뻗어 술잔을 집어드는 것을.

“그러게 제가 충고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끝난 것을 억지로 거스르려 해봐야 끝이 허무할 뿐이라고.”

그림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사람의 형상을 하던 것이 점점 커지더니 등에서 날개를 펼친다. 하얗게 질린 도종산과 복면인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걸로 선황께 진 빚은 없소. 뒷일은 좋을 대로 하시구려.”

“이익....! 전부 쳐라! 지금 당장 죽여버려!”

그림자가 아가리를 쩍 벌린다. 공포에 휩싸인 복면인들이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협봉검 묵색 칼날 하나가 양원의 목에 내리쳐진 그 순간, 어둠조차 삼킨 탐욕스런 짐승의 그림자가 별채 안의 모두를 집어삼켰다.

그것이 양원에게 남겨진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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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도련님!”

그리고 깨어났다.

저번에 이토방에 한번 올렸던 글인데, 피드백 받아서 수정해봤습니다

원래 무협으로 쓰려다가 퓨전으로 쓰려고 방향을 좀 바꿨는데 

제가 한번도 판타지쪽을 써본적이 없어서 그런진 몰라도 저 자신이 느끼기엔 묘사가 너무 중2병 같아요.... 으으

아무리 혼자 머리를 쥐어뜯어봐야 도저히 객관적인 판단이 안서서....

간단한 피드백 한줄씩만 남겨주시면 정말로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