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왕 완결을 읽고(스포 약간)

강승환 작가는 데뷔작 '재생' 부터 최근 완결된 '세계의 왕'까지 꾸준히 대작이라 불릴수 있는 작품들을 완성도있게 출간해왔습니다.
그의 소설은 요즘 대세인 트렌드에서 차원이동급으로 벗어나 대수림과 마수, 이종족, 흑마법, 국가 간 대전쟁을 주요 키워드로 하는
정통+자작 세계관 판타지를 추구합니다. 이번 세계의 왕도 작가의 흠잡을데 없는 적자로서의 일대기를 완결시켰습니다.

제가 첫 4권까지 읽었을때는 작가의 커리어를 뛰어넘는 역량에 경악을 하며 날을 꼬박새며 읽었습니다. 이제는 작가의 고유스킬에 가
까운 유치한 작명센스의 주인공 챌린저는 결합의식의 부작용으로 영혼이 찢어지는것 같은 고통의 시련을 겪게되고 그 대안으로 '마음
의 길' 이라는 오크-엘프-트롤로 이어지는 쌈빡한 일인전승 문하의 네번째 구도자가 됩니다.        

이 후 챌린저는 마음의 길을 수련하며 지수화풍 4원소의 정령(운디네-잉어킹, 실프- 뇌조, 노움 - 백..도라지, 샐러맨더- 도마뱀 등등
대사 한마디 안하는 상남자?지만 기존의 정령들을 쌈싸먹는 능력치)들과 깊은 결합을 맺어 영혼의 구멍을 땜빵하고 무력을 길러 존나쎄
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대적자들이 어디 닭꼬치 팔던 할배도 아니고 하나같이 킹왕짱이 아닌 놈들이 있어야지요..
   
영혼도 구르고 몸도 유격뛰는 챌린저, 그러나 악역이 너무나 독특한 설정에 매력적이어서 첫큐에 찌발립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렀
다간 단칼에 목을 잘라버릴 성질머리에 일부 다처제의 신봉자, 아들 공장장 남킨남작. 내가 당장 트레이너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9서
클 마도사로 스탯찍고 참전해도 결코 상대하고 싶지않은 흑마법사 클라우닝 등.

시시하게 장까지 살아내려온 유산균을 때려잡는 다세포 대장균처럼 생생히 살아숨쉬는 악역들의 향연에 챌린저는 그만 공기화되고
꾹꾹 밟히며 엉덩이를 따이기 직전까지 몰리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혼돈의 세계의 클라우닝과 남킨남작의 반란을 모두 제압해냅니다.
(9권 분량)

여기서 이 소설을 마무리 지었으면 반론의 여지없는 띵작으로 등극하였겠지만 고블린 발톱의 때같은 작자들도 20~30권을 토해내는 그
야말로 장르시장의 파워 디플레이션 현상에 그것은 허락될수 없는 죄악이었습니다.

결국 작가는 전가의 보도인 대.수.림과 마수, 흑마법사, 대전쟁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파워 인플레를 가속화 시킵니다. 그러나 세계관 최
대 대적집단인 혼돈의 세계의 음모를 차례로 분쇄하고 신성연합의 절대자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려낸 18권까지는 잘 해나갔
다고 봅니다.

이 후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인터스텔라를 재 상영한 이야기 끝에 소설은 대작의 턱걸이로서 놀랍게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자평합니다.(24권 완결)작가의 재능이 꽃처럼 피어난 세계관에서 시련을 딛고 세계의 왕으로 성장하는 챌린저의 일대기를
한 번 꼭 일독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하 비평

강승환 작가를 보면 예전에 제가 사랑했던 설봉 작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기존의 세계관에 자신의 치밀한 설정을 덧씌워서 돌을 금덩어리
로 연성하는 작가의 재능 말입니다. 그러나 라면만 먹다 복에 겨운 24첩 밥상도 매일 받다보면 언젠간 물리듯이 작품과 연차가 쌓일수록
갓작가님 에서 ebs강사가 되어 가는건 피할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심해의 신비를 밝혀주는 다이버가 산소중독에 가라앉으면 안될 말이지요. 설정의 뼈대는 크고 아름답게, 그러나 세세한 것들은 그저 생략
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장르시장의 독자들은 작금의 유례없는 대 호황에 어디서 권수 300 이하면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다들 살이 뒤룩뒤룩한 돼지새끼들이라 찰떡처럼 알아 듣거든요. 그러니 내 설정 못 잃어! ㅠㅠ 걱정하지 마시길.

이번 세계의 왕은 특히 서대륙 세계관에 동대륙이 혼재하는 설정이라 유난히 판타지+무협의 교집합이 많았는데 각종용어가 무협쪽에 너
무 치중되는것 같아 작품과 챌린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데 일조한것 같습니다.

매번 작품마다 반복되는 자기복제적 군상들과 대수림+마수+흑마법사+능욕의 이종족 등등 종합 선물세트 같은 문제들은 한 방에 해결이
가능한데 음..이만 대수림은 불싸질러 버리고 대신 현판 해주시면 안될까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