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위험하다? 통계·확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우리는 매일 불안하다. 왜 안그렇겠나. 뉴스만 틀면 불의의 사고로 죽고 다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하루전만 해도 멀쩡했던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기고, 여행을 가는 아이들을 실은 배가 가라앉는다. 방사능과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이제는 이방인들에 의한 테러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뿐일까. 자녀가 있다면 걱정과 불안은 배가된다. 날로 각박해지는 사회에 납치.폭행.사고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소풍 한번 맘편하게 보내기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이같은 불안을 코웃음친다. 확률과 통계에 매여서 불안하게 살 필요가 없고, 불의의 재앙은 당신을 비켜 간다고.

저자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바로 확률과 평균의 함정이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치는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평균값이다. 그 표본은 우리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설사 사망 가능성이 높은 사고의 확률일지라도 내가 그런 사고를 당해 죽거나 다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벨기에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러가 150년 전 도입한 평균인이라는 통계학 개념은 오늘날 흔한 것이 됐지만, 저자들은 이 세상에 평균인에 꼭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험을 나타내는 확률도 평균의 문제점을 피해가지 않는다. 평균 위험률은 전체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의 비율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 소심.대범.보통씨를 통해 이를 강조한다. 사소한 위험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소심씨,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대범씨, 위험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관리한다고 믿는 보통씨, 그들이 태어나 자라고 죽음에 이르는 인생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위험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르지만 보통, 대범, 소심씨 삶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숱한 위험이 이들의 삶을 스쳐 지나갔어도 별 탈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한다. 그럼에도 세 명 중 가장 고단하게 산 사람이 '평균'에 집착했던 보통씨라는 점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불변의 명제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고 위험이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그러나 그 위험의 정도를 확률과 통계만으로 따질 순 없다. 그러니까 저자들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확률과 통계에 사로잡혀 위험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것이 나와 무관하다고 여기며 삶을 즐기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