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연출에 의한 감정전달 없이, 쉴 새 없이 대사만 주고받을 때 그렇더군요.
실제로 시청자를 몰입시키고 감정선을 고조시키려면 침묵으로 인한 공백, 뜸 들이기, 장면 전환 타이밍...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운명의 숙적과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렸고 치면
서로를 노려보는 장면이나 이를 악무는 장면이나 식은땀을 흘리는 장면 등등...
이런 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운명의 숙적과 예기치 못하게 맞닥뜨리고서도 서로 1초쯤 쳐다보기만 하다가 바로 대사를 주고받죠.
지금 생각해보면 긴장감이 고조되기를 기대한 장면에서 뭔가 허무하게 지나갔다 생각이 드는 건 이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성우 분들의 연기는 좋은 편이지만, 애니메이션 자체의 연출은 거의 없이 성우의 연기에만 의존하는 느낌.
최근 봤던 작품으로 예를 들자면
오버로드에서 라나가 자기 오라비한테 본모습(?)을 드러낼 때, 풀메탈 패닉 인비저블 빅토리 첫 장면에서 레너드와 텟사가 마주칠 때...
이 장면들의 감정선은 이렇게 훅 지나갈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애니메이션에서 이게 잘 된 작품으로는 헌터X헌터가 떠오르네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적과 맞닥뜨렸을 때 심장 고동소리, 독백, 캐릭터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뜸을 충분히 부여해서 진짜로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쫄깃쫄깃함을 전달하죠.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은 이게 너무 과한 편이고요.
(슈퍼나 카이 말고, 우리가 예전에 기 모으는 것만으로 1화가 지나간다고 하던 그 시절..)
어른의 사정일 게 뻔하긴 하지만, 원작 있는 작품들이 이런 현상을 자주 일으키네요.
(사회)
5월14일 동부구치소 앞에 걸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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